김호상의 문화유산둘러보기’며느리 죽어 핀 꽃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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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며느리밥풀꽃(신라문화진흥원 홈페이지)

출처) 김종태, 풀꽃시집, 1992, 도서출판 새벽. p.92

 

[며느리밥풀]

 

시어머니 타박에 밥알을 입에 문 채

며느리 죽어 핀 꽃이라지만

그건 시어머니 젊어 서슬 푸르던

호랑이 담배 피던 19세기 전설이다.

 

알토란 내새끼 너 하나 믿고

청춘을 우리고 우려 뒷바라지에

있는 재산 다 날리고 주고 뺏기고

오그라진 허리

모지라진 손발

쪼그라진 얼굴

이자식 저자식 저 뿔뿔이 흩어지고

손자 손녀마저 유치원과 학원에 뺏기고

골방신세 냄새만 나 아무짝 쓸모없어도

이목이 구찮아 버리지도 못하는…

그래 그런걸 계륵이라 하던가

 

남 보는 앞에선 대왕대비 되지만

돌아서면 흰자위 굴리는 뚝배기소리

아 옛날이여

서러움에 씹지도 못한 밥알

20세기말에는 시어머니밥풀이란다.

예전의 고부간의 갈등은 한집에 오래 살다보면 가족간에 얽히고 설켜 미운정 고운정 들어 풀리기도 하지만,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변화하게 되면서 시댁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드물게 되었고, 산업사회였던 지난 시대에는 장모와 사위간의 갈등이 새롭게 생기고 시어머니들의 수난시대로 변화해왔지만 지식경제사회인 이 시대에도 가족간의 갈등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 오는 장마철 주말에 문뜩 내가 근년에 시집을 한권 사거나 마음에 든 새로운 한편의 시가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니 없네요. 그저 일하고 술 마시고, 참 무디게 살았다는 생각을 해보며 책장의 시집을 펼치다 문화유산편지를 써 봅니다. 며느리밥풀꽃의 사연을 생각하며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정과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kitv@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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